시대의 소음 번역 살펴보기 - 1

원서:『The Noise of Time』 by Julian Barnes

번역서:『시대의 소음』 송은주 역, 다산책방


소비에트 시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주제로 한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은 소련 공산주의의 절대 세력 아래서 살아 남기, 궁극적으로는 예술가로 살아남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aphorism 경구처럼 길고 짧은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He could not live with himself.” It was just a phrase, but an exact one. Under the pressure of Power, the self cracks and splits.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hero. Or vice versa. Or, more usually,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coward. But that was too simple: the idea of a man split into two by a dividing axe. Bettera man crushed into a hundred pieces of rubble, vainly trying to remember how they—he—had once fitted together.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표현에 불과했으나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 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더 흔한 경우는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도 겁쟁이로 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사람의 생각은 도끼날에 반으로 쪼개진다. 차라리 산산이 쪼개져서 조각들이—그가—한 때는 딱 들어맞았음을 헛되이 기억하려 애쓰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원서를 문장별로 읽어보자. (하이라이트 된 단어가 문맥/논리 흐름을 알려주는 표현들)


1. “He could not live with himself.” 그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같이) 그대로 살 수 없었어. (흔히 자살 노트에서 찾을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함)

따옴표로 표기된 이 문장은 인용문이다. 누군가 한 말을 따오거나,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표현으로, 이 경우에는 후자이다. 작가는 'with himself' 자기 자신과 같이/함께 살 수 없었다는 이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왜 자신과 살 수 없는지, 또 그럴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분석, 제시한다. 


2. It was just a phrase, but an exact one. (위의 말은) 그저/단지 하나의 표현이긴 하나, 그래도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왜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는지 설명이 이어진다. 

3. Under the pressure of Power, the self cracks and splits. 세력/권력의 압력에 의해 self 인간의 본래의 모습/형태/본성에 금이 가고 쪼개진다. 

(Power 대문자화 주목!) 


둘로 쪼개진 자아는 어떻게 사는가를 묘사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4.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hero. (쪼개진 자아의 한 조각인) public 공적으로 드러나는 겁쟁이와 (쪼개진 자아의 다른 조각인) private 내면의/마음속의 영웅이 함께 산다.  


말하자면, 'he couldn't live with himself' 사람이/그가 온전한 자기 자신 모습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겁쟁이와 영웅, 둘로 갈려서 상반되는 반 쪽끼리 함께 사는 형태가 된다. 


5. Or vice versa. 혹은 그 반대이다. (남들 앞에서의 영웅과 내면의 겁쟁이가 함께 사는 형태)  


6. Or, more usually,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coward. 혹은, 더 흔하게는, 공적인 겁쟁이와 사적인 겁쟁이가 함께 산다.  


그러나 다음 문장은 But으로 시작해서, 앞에 제시한 것을 뒤집는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7. But that was too simplethe idea of a man split into two by a dividing axe. 그러나 that(앞에서 제시한) 두 개로 쪼개진 자아의 그림은 너무 단순하다. 

너무 단순한 것 자아를 둘로 쪼개는 도끼 발상/그림


다음 문장을 Better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too simple' 너무 단순한 발상/그림보다 더 나은, 즉 더 정확한 해석/그림을 제시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8. Better: a man crushed into a hundred pieces of rubble, vainly trying to remember how they—he—had once fitted together. Better 더 정확한 것은, 자아가 100개 조각으로 부서져서, 한때 그 조각들이, 그가, (파편으로/조각으로 깨지지 않고) 서로 딱 맞아 들었던 사실을 기억하려고 헛되이 애쓰는 인간. (그것이 권력의 압력에 의해 깨진 자아의 더 정확한 모습이다.) 

Comments

  1. 안녕하세요 번역검색하다가 알게되어 여기까지 오게되었습니다
    과거에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에 대한 번역정보들이 있던 거 같은데 삭제하신건가요?
    He emerged from under the feudal arch of the King’s Inns, a neat modest figure, and walked swiftly down Henrietta Street.
    이 문장에 대해 분석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a neat modest figure 이것이 he 에 대한 설명인지 King's Inns 에 대한 설명인지 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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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lies
    1. 안녕하세요?
      더블린 사람들에 관한 글은 쓴 적이 없으나, 위에 언급하신 문장에서 a neat modest figure은 사람 형태를 묘사하므로 문장의 주어인 he에 관한 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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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출판사마다 그부분이 다소 달라 여쭈어봤는데 명확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신 적이 없으시군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reading&no=91154
      여기 링크보시면 해당글에 선생님의 주소가 링크되어있고 오역인 이유에 대해 나와있다고 되어있습니다
      더블린 사람들에 관해 글을 쓰신 적은 없지만 그렇다면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대해서는 글을 쓰신 적이 있나요? 지금 선생님의 게시물중에서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안보여서 여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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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 글이 언급된 글 링크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관한 글은 국어를 다시 잘 써보려고 당분간 내렸는데 손보지 못하고 그냥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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