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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October, 2020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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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Who Owns the Future?> by Jaron Lanier (재런 러니어)  번역서: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노승영 역 | 열린책들 (2016) 1. 데이터와 경제 관계를 다루는 책에서 기본 개념인 security를 오역한 것은 치명적이다.  원문: The new idea is to have no idea whether the security you bundled is fraudulent or not.  번역: 여기서 새로운 발상은 내가 제시하는 안정성이 사기인지 아닌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security는 증권, 금융 상품을 뜻 하지 " 안정성 "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securities를 함께  bundle  묶어서 , 결국 그런 금융 상품을 파는 사람조차 그 상품이 사기인지 아닌지 모르는 게 새로운 발상/방식이라는 문장이다.  2. 경제 개념인 "off the books"를 오역. 모든 문법을 무시한 오역.  원문: If you got it for free, there has been a no-way transaction, and any value traded will be off the books,   recorded not in any ledger but rather in the informal value systems[.]  번역: 여러분이 이 책을 공짜로 얻었다면, 무방향 거래가 일어난 것이며 이전된 가치는 책과 전혀 무관할 것이요 장부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목에서 "장부 바깥"이라고 제대로 번역한 off the books를 이 문장에서는 "책과 전혀 무관할 것"이라고 엉뚱하게 오역했다. 게다가 "recorded not in any ledger 장부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라고 off the books 뜻이 문장 안에 주어졌다. 쉼표를 무시하고, 또 off the books 를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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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Wide Sargasso Sea> by Jean Rhys (진 리스) 번역서: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윤정길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오역이 상당히 많은 번역서. 또, 가끔 문장이나 문구를 아예 번역하지 않고 생략해서 온전한 번역이라고도 볼 수 없는 번역이다.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3년에 영국이 이 대화에 언급되는 "the Emancipation Act" 노예 금지령(the Slavery Abolition Act of 1833)을 법으로 통과한 때이다.  1. 일인칭 서술자 "나"는 자메이카 섬에서 과부가 된 엄마와 병약한 동생과 함께 사는 여자 아이 앙트와네트이다.  이 소설은 엄마가 너무 예쁘고, 다른 섬(마르티니크) 출신이라서 the Jamaican ladies (자메이카 사교계의 여성, 즉 백인 여자들을 뜻함)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서술로 시작한다.  이런 문맥 안에서, 이웃이자 유일한 엄마의 친구 러트렐 씨의 다음과 같은, 소설의 첫 대화가 등장한다.  원문: Another day I heard her talking to Mr Luttrell, our neighbour and her only friend. " Of course they have their own misfortunes. Still waiting for this compensation the English promised when the Emancipation Act was passed. Some will wait for a long time." How could she know that Mr Luttrell would be the first who grew tired of waiting?  번역: (사진 참고)      대명사 they 는 서술자 가족을 소외시키고, 방문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자메이카의 백인들 이지 " 영국 사람들 "이

The Giver 기억 전달자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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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Giver> by Lois Lowry 번역서 1: <기억 전달자> 장은수 역 | 비룡소 (2007)  번역서 2: <기억 전달자> (그래픽 노블) 장은수 역 | 비룡소 (2020)  같은 번역가가 한 번은 소설로, 한 번은 그래픽 노블 형태로 동일 작품을 두 번 번역한, 아주 드물게 좋은 기회이나, 두 번째 작업에서도 오역을 많이 고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첫 번역의, 문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번역투"를 그래픽 노블에도 그대로 옮긴 번역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나, 이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release 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추방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완곡 어구로, 소설 배경에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를 부여한다. Release를 "임무 해제"라고 옮긴 것은 번역가의 권리이나, 갓난아기도 사회 기준에 맞추어 자라지 않을 때 release 되는 것을 감안하면 "임무 해제"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1.  원문: I feel frightened , too, for him .  번역: 난 그 사람이 무섭다고도 느꼈어.  (사진 참고)  문맥을 봐도, "한 번 더 규칙을 위반하면" "임무 해제될 수밖에" 없어서, feel freightened for him 그 사람 걱정이 되다, 그의 안전, 미래가 두렵다 는 내용인 것을 알 수 있다.   for someone 표현이 감정 표현과 함께 사용될 때, 대개는 국어로는 일대일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용을 파악해서 우리말로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I feel sorry for John. 은 존에게 미안하다는 뜻이 아니라, 존이 안되었다, 불쌍하다는  뜻이고,  I am happy/sad for Mary. 는 메리가 (어떤 식으로든) 잘 되어서/잘 안되어서 좋다/슬프다는 뜻을 전달하는 문장이다.  2. 문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번역.  원문: I r

반지의 제왕 1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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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The Lord of the Rings> by J. R. R. Tolkien 번역: <반지의 제왕 1> 김번, 김보원, 이미애 공역 | 씨앗을뿌리는사람 (2002년) 1. 어떤 관용구를 찾을지 모른 경우.  원문: They fool about with boats on that big river[.]  번역: 큰 강에서 배를 타고 빈둥거리며 놀기도 한다더구먼 .  to fool about과 to fool about with는 뜻이 다르다.  to fool about/around 빈둥거리다  to fool about/around (with)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바람 피우다, 배우자, 연인이 아닌 사람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갖다.  to fool about with는 ...를 갖고 (위태롭게) 놀다 라는 뜻.  따라서, 예문은 "배를 타고 빈둥거리며 놀기"도 했다는 뜻이 아니라, 배를 타고/갖고 놀았다는 뜻. 이어지는 문구에서 (사진 참고) and that is not natural 정상이 아니야 라고 부언하는 것을 볼 때, 배 타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2.  원문: Small wonder that trouble came of it.  번역: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라니깐.  이 문맥에서 small wonder 은 조금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반대로 이상할 게 없다는 뜻.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게 이상하지 않다 는 문장.  (이 대화 마지막에 드로고가 물이 빠져 죽은 사실이 언급됨.)  3.  be that as it may는 " 그렇다 치더라도 "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라는 뜻.  Very much like Mr. Bilbo, and in more than looks. " 빌보 씨와 다를 바 없어 . 외모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국어 표현은 이상하다.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다른 점에서도 무척 많이 닮았다는 말

헬렌 오이예미의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간 남자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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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Mr. Fox> by Helen Oyeyemi  번역서: <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간 남자> 최세희 역 | 다산책방 1.  원문:  How delightfully easily insulted you are, how unnervingly well informed .  You also appear to be British (" humour "). As you can see, I have [...] 번역:  거참 유쾌하리만큼 쉽게 모욕을 느끼시는 분이군요. 더불어 참으로 기운 빠지게 잘 알아들었습니다. 당신 역시 별 수 없는 영국인이군요( '기질상' ).  아시겠지만, [...] 아직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소설가 미스터 폭스와 그의 팬이라며 편지를 보낸 메리 폭스 간에 몇 편의 편지가 오고 가면서, 편지의 투가 점점 비꼬는 양식을 띄운다.   당신은 아주 모욕을 쉽게 받는군요 라는 내용과 마찬가지로,  잇따르는 문구 how unnervingly  well informed ( 아주 기죽이게  아는 게 많으시군요 , 라는 뜻) 역시 상대 메리에 대한 말이다.  You also appear to be British (" humour "). 이 문장은 영국인 같군요.라고 하는 것이지 " 당신 역시 별 수 없는 영국인이군요" 라는 말이 아니고,   괄호 안의 따옴 표기된 "humour"는 메리의 편지에 쓰인 단어를 인용한 것으로 (따라서 따옴표기), 메리가 영국인일 거라고 짐작하는 건, 메리가 미국식 철자 humor 대신 영국식 철자 'humour'라고 쓴 것이 힌트가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메리가 ' 기질상' "별 수 없는 영국인 "이라는 말이 전혀 아님.  2.  원문: That's quite some vocabulary you've got there. But this is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