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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2021

레이첼 커스크의 윤곽

  처음 읽는 작가 레이첼 커스크의 소설  <<Outline>>.   1 소설의 첫 문단 일부    Before the flight I was invited for lunch at a London club with a billionaire I ’ d been promised had liberal credentials. He talked in his open-necked shirt about the new software he was developing, that could help organisations identify the employees most likely to rob and betray them in the future.    비행기를 타기 전 런던의 한 클럽에서 백만장자와 점심을 먹었다 .  소개한 사람이 장담한 바에 따르면 ,  자유주의적인 신념을 지닌 인물이라고 했다 .  노타이셔츠 차림의 백만장자는 자신이 개발 중인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  회사가 종업원들을 갈취하고 ,  나중에 버리는 일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였다 . (<< 윤곽 >>  김현우 역 ,  한길사 )   “ liberal credentials ” 를 지닌 백만장자가  “ organisations identify the employees most likely to rob and betray them in the future ”   나중에 회사 / 기업 돈을 횡령하고 배반할 직원을  ( 말하자면 미리 )  “ identify ”    알아내는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 중이라는 내용 . 문장과 동사의 주어와 목적어를 헷갈렸다 .    2.  On the tarmac at Heathrow the planeful of people waited silently to be taken into the air. The air hostess stood in the aisle and mimed with her props as the r

시대의 소음 번역 살펴보기 - 1

원서: 『The Noise of Time』 by Julian Barnes 번역서: 『시대의 소음』 송은주 역, 다산책방 소비에트 시대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주제로 한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은 소련 공산주의의 절대 세력 아래서 살아 남기, 궁극적으로는 예술가로 살아남기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aphorism 경구처럼 길고 짧은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 He could not live with himself. ” It was just a phrase, but an exact one. Under the pressure of Power, the self cracks and splits.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hero. Or vice versa. Or, more usually, the public coward lives with the private coward.  But  that  was too simple :   the idea of a man split into two by a dividing axe.  Better :  a man crushed into a hundred pieces of rubble, vainly trying to remember how they—he—had once fitted together.      ‘ 그는 자존심을 지킬 수가 없었다. ’ 그것은 하나의 표현에 불과했으나 정확한 표현이었다. 권력층의 압력을 받다 보면 자아는 금이 가고 쪼개진다.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는 영웅으로 살아간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아니면, 더 흔한 경우는 남들 앞에서 겁쟁이는 마음속으로도 겁쟁이로 산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았다. 사람의 생각은 도끼날에 반으로 쪼개진다. 차라리 산산이 쪼개져서 조각들이—그가—한 때는 딱 들어맞았음을 헛되이 기억하려 애쓰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다.  원서를 문장별로 읽어보자. (하이라이트 된 단

버지니아 울프 학회 댈러웨이 부인 번역 살펴보기 - 1

  버지니아 울프를 읽을 때 가장 먼저 읽는 작품이 아마도 <<자기만의 방>>이나 <<댈러웨이 부인>>일 것이다. 울프를 말할 때 그만큼 중요한 이 소설의 번역서 가치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더불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옮겼느냐에 달렸는데, 국어 번역이 갈 길은 아직 먼 듯하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에서 20여 년 (29년?) 세월에 걸쳐서 계획하고, 재번역해서 내놓은 번역서 수준이 다른 번역서들에 비해 나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따질 때에도 수준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버니지아 울프 전집 번역이라는 거창한 기획에 학회 이름을 걸을 때에는 학회 committee를 구성해서 감수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번역 검토 과정 은  거쳤어야 옳다. 여러 사람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한두 권씩 나누어 번역한 뒤, 온갖 기본 영어 오역 투성이인 번역서를 학회 이름으로 출판하면, 학회에 명예는 고사하고 욕이 된다. 이런 학회를 누가 최고 수준 학자의 모임이라고 믿겠는가? 우리 학회가 이 정도라는 욕이나 듣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누가 교수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겠는가? 원문:  Was Evelyn ill again?  Evelyn was a good deal out of sorts,  said Hugh, intimating by  a kind of pout or swell o f his  very well-covered, manly, extremely handsome, perfectly upholstered  body  (he was almost too well dressed always, but presumably had to be, with his little job at Court) that his wife had some  internal ailment , nothing serious, which, as an old friend, Clarissa Dall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 1

원서: <<Mr. Fox>> by Helen Oyeyemi  번역서: <<미스터 폭스, 꼬리치고 도망친 남자>> 최세희 역 | 다산책방   원서 문맥의 흐름을 따라가 보자.  원문:  I'd have tidied up if I'd known she was coming. I'd have combed my hair. I'd have shaved. At least I was wearing a suit ;  I strive for a sense of professionalism. I was sitting in my study writing badly, just making words on the page, waiting for something good to come through, some sentence I could keep.  번역:  올 줄 알았다면  청소 라도 했을 텐데. 머리를 빗고 면도도 했을 텐데. 그나마 수트는 입고 있었다. 내가 원래 프로페셔널리즘의 감각을 추구하는 사람이니 망정이지. 나는 서재에 앉아 단어로 페이지를 채우며 나쁜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었다. 언제고 좋은 글감을 나타나기를, 간직할 만한 문장이 떠오르길 기다리면서.  원문을 문장별로 나열해보면 문맥의 흐름을 좀 더 수월하게 볼 수 있다.   1.     I'd have  tidied up if I'd known she was coming.  2.    I'd have  combed my hair. 3.     I'd have  shaved.  4.     At least  I was wearing a suit ;  I strive for a sense of professionalism.  5.    I was sitting in my study writing  badly ,  just making words  on the page, waiting for something good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