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학회 댈러웨이 부인 번역 살펴보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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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읽을 때 가장 먼저 읽는 작품이 아마도 <<자기만의 방>>이나 <<댈러웨이 부인>>일 것이다. 울프를 말할 때 그만큼 중요한 이 소설의 번역서 가치는 정확한 내용 전달과 더불어, 의식의 흐름 기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옮겼느냐에 달렸는데, 국어 번역이 갈 길은 아직 먼 듯하다.
특히 실망스러운 것은 한국 버지니아 울프 학회에서 20여 년 (29년?) 세월에 걸쳐서 계획하고, 재번역해서 내놓은 번역서 수준이 다른 번역서들에 비해 나은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따질 때에도 수준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버니지아 울프 전집 번역이라는 거창한 기획에 학회 이름을 걸을 때에는 학회 committee를 구성해서 감수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번역 검토 과정은 거쳤어야 옳다. 여러 사람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을 한두 권씩 나누어 번역한 뒤, 온갖 기본 영어 오역 투성이인 번역서를 학회 이름으로 출판하면, 학회에 명예는 고사하고 욕이 된다. 이런 학회를 누가 최고 수준 학자의 모임이라고 믿겠는가? 우리 학회가 이 정도라는 욕이나 듣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누가 교수니 전문가니 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겠는가?
원문:
Was Evelyn ill again? Evelyn was a good deal out of sorts, said Hugh, intimating by a kind of pout or swell of his very well-covered, manly, extremely handsome, perfectly upholstered body (he was almost too well dressed always, but presumably had to be, with his little job at Court) that his wife had some internal ailment, nothing serious, which, as an old friend, Clarissa Dalloway would quite understand without requiring him to specify. Ah yes, she did of course[.]
번역 (정명희 역, 울프 학회 | 솔출판사, 2019):
애버린이 또 아픈가요? 애버린은 상당히 기분이 언짢다고 휴는 말했다. 아주 잘 차려입었고 남자답게 아주 잘 생겼으며, 완벽하게 성장한 몸으로 다소 시무룩해하며 아니 젠체하며 (그는 거의 언제나 지나치게 옷을 잘 입었다. 궁정에서의 그의 하찮은 업무 때문에 그래야만 하겠지) 아내가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무슨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넌지시 비쳤다. 오랜 친구인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그가 일일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번역 (이태동 역 | 시공사, 2012):
에벌린이 또 아픈 건가? 역시나 휴는, 에벌린이 많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단히 건장하고 남성적이고 잘생긴 그는, 모자까지 갖춘 완벽한 차림이었다(그는 항상 옷을 지나치게 잘 입었다. 아마도 궁중에서 맡은 작은 직무 때문에 그래야 하는 것 같다). 그는 약간 뿌루퉁하고 뚱한 태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음을 넌지시 암시했다. 당신은 오랜 친구니까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눈치를 보이며. 물론 그녀는 무슨 뜻인지 잘 이해했다.
꽃을 사러 가는 길에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어릴 때부터 잘 알던 휴 휫브레드와 우연히 만난다. “his little job at Court” 궁정에서 맡은 작은 임무/직책 때문에 늘 “almost too well dressed” 옷을 지나치게 잘 차려입은 느낌을 조금/살짝 풍기는 휴는 아내 Evelyn이 “a good deal out of sorts”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의사를 보러 런던에 올라왔다고 말하며, “by a kind of pout or swell of his…body” 입(술)을 불룩하게 부풀리거나 몸을 부풀려 보임으로써, 자기 아내가 심각하진 않으나 “some internal ailment” 내과 문제가 있고, 그런 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오랜 친구인 클러리서가 잘 이해하리라고 “intimating” 내비친다.
“intimating by a kind of pout or swell of…body”는 친한 친구에게 자기 아내가 (또) 아프다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남편이 짓는 표정이나 몸짓이지 “뚱한 태도”, 더구나 “젠체”하는 것이 아니다. 또, “some internal ailment”도 “정신질환”이 아니라, 내과 문제이다.
(의학을 크게 내과와 외과로 나눌 때, 내과는 internal medicine이라고 하고, 외과는 surgery라고 한다. 보통 의사는 Physicians and Surgeons 내과의와 외과의로 구분하나, 요즘은 전문 분야별로 세세하게 구분되어 있어서 좀 더 정확한 전문직으로 부르는 게 상식이다.)
휴의 모습을 묘사하는 “well-covered”, “manly”, “extremely handsome”, “perfectly upholstered”, 4개의 표현은 서로 조금씩 다른 정보를 주는 역할을 한다. “well-covered” body는 “perfectly upholstered”, 즉 잘 차려입었다는 정보를 반복하는 표현이 아니라, 살이 붙었다는 뜻이다. 즉 휴가 살이 붙고, 남성스럽고, 아주 잘 생기고, 옷을 잘 차려입었다는 내용이다.
(당시의 신사는 바깥에 다닐 때 늘 모자를 썼으므로, "모자까지 갖춘 완벽한 차림"이라는 번역은 틀린 말은 아니나, 틀린 뉘앙스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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