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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2020

멋진 신세계 Epigraph 제언 번역 살펴보기

원서 : <<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 올더스 헉슬리 )  번역서 : << 멋진 신세계 >>  안정효 역  |  소담출판사  ( 개정판 )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은 다음과 같은 epigraph 제언으로 시작한다. 헉슬리의 소설은 영어로 쓰였으나, 제언은 영어 번역 없이 프랑스어로 쓰였다. (제언의 저자는 러시아인이나, 그 사실은 논외의 문제이다.)  제언의 내용은 대충,  유토피아 실현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 어쩌면 새로운 시대, 즉 지성인과 교양인 계층이 유토피아를 피하는 길, 덜 완벽하고 좀 더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가길 원하는/꿈꾸는 시대가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완벽"한 유토피아는 우리가 피하고 싶은 미래이고, 우리는 오히려 덜 "완벽"한, 그러므로 더 자유로운, 유토피아가 아닌 세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시대를 예기하는 내용이다.  왜 국어 번역은 반대로 "' 완벽'하면서 무척 자유로운 비이상향적인 사회"로 되돌아가길 모색한다고 했을까? 프랑스어로 쓰인 다른 부분을 번역했으므로 번역가가  moins parfaite 뜻을 몰라서 만든 오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번역가가 보기에  "덜 완벽하고 더 자유로운 사회"라는 개념이 논리에 맞지 않아서 임의로 수정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번역가가 원서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한 예를 벌써 여러 번 보았다. 아주 근본적인 심각한 현상인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원서의 내용을 번역가 맘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원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원서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뒤 번역가의 각주를 달아서 수정 내용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읽는 독자가 나름대로 원서의 내용과 번역가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원한다면 보충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왜 번역가의 오류가 한국 독자 전체의 오류가 되어야 하는가?

헤밍웨이의 호주머니 속의 축제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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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 <A Moveable Feast> by Ernest Hemingway 번역서 : < 호주머니 속의 축제 >  안정효 역  |  민음사  원문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   1)      우리   집   방문이   끝날   때 ,  스타인   여사가   자기   집으로   우리를   다시   초대한다 . 2)      겨울에는   5 시   이후에는   언제라도   작업실로   와도   좋다는   초청을   받은   것은   그보다 (1 번   사건보다 )   나중   일 이다 .  (2 번   사건을   아래   서술 ) a.       스타인   여사를   뤽상브르에서   만났다 . b.       그때   스타인   여사가   개를   데리고   있었는지 ,  개를   키우고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 3)      나중에는   ( 즉 , 2 번   사건보다   더   나중에는 )  이후에는   종종   개를   데리고   있는   스타인   여사를   뤽상브르에서   만났다 . 4)      하지만   이때 ( =  2 번   사건 )  스타인이   개를   키우지   않았던   거   같다 . 5)      ( 2 번   사건   당시 )  스타인이   개를   데리고   있었던   어쨌든 ,  나는   그녀의   초청   ( 겨울에는   5 시   이후   언제라도   작업실로   와도   좋다는 ) 을   받아들였다 .  번역은 , 1)      원서와   동일 .  방문이   끝날   때   우리를   초대함 . 2)      원서와   동일 .  언제라도   와도   좋다는   초청은   나중일이다 . 3)      내가   스타인을   처음   만난   것은   뤽상브르에서였다 . (1 번   사건 ,  따라서   2 번   사건보다   훨씬   전 ) 4)      스타인을   처음   만난   공원에   그녀가   개를   데리고   왔었는지 ,  개를   키우기는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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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Who Owns the Future?> by Jaron Lanier (재런 러니어)  번역서: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노승영 역 | 열린책들 (2016) 1. 데이터와 경제 관계를 다루는 책에서 기본 개념인 security를 오역한 것은 치명적이다.  원문: The new idea is to have no idea whether the security you bundled is fraudulent or not.  번역: 여기서 새로운 발상은 내가 제시하는 안정성이 사기인지 아닌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security는 증권, 금융 상품을 뜻 하지 " 안정성 "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securities를 함께  bundle  묶어서 , 결국 그런 금융 상품을 파는 사람조차 그 상품이 사기인지 아닌지 모르는 게 새로운 발상/방식이라는 문장이다.  2. 경제 개념인 "off the books"를 오역. 모든 문법을 무시한 오역.  원문: If you got it for free, there has been a no-way transaction, and any value traded will be off the books,   recorded not in any ledger but rather in the informal value systems[.]  번역: 여러분이 이 책을 공짜로 얻었다면, 무방향 거래가 일어난 것이며 이전된 가치는 책과 전혀 무관할 것이요 장부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대목에서 "장부 바깥"이라고 제대로 번역한 off the books를 이 문장에서는 "책과 전혀 무관할 것"이라고 엉뚱하게 오역했다. 게다가 "recorded not in any ledger 장부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라고 off the books 뜻이 문장 안에 주어졌다. 쉼표를 무시하고, 또 off the books 를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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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Wide Sargasso Sea> by Jean Rhys (진 리스) 번역서: <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윤정길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오역이 상당히 많은 번역서. 또, 가끔 문장이나 문구를 아예 번역하지 않고 생략해서 온전한 번역이라고도 볼 수 없는 번역이다.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3년에 영국이 이 대화에 언급되는 "the Emancipation Act" 노예 금지령(the Slavery Abolition Act of 1833)을 법으로 통과한 때이다.  1. 일인칭 서술자 "나"는 자메이카 섬에서 과부가 된 엄마와 병약한 동생과 함께 사는 여자 아이 앙트와네트이다.  이 소설은 엄마가 너무 예쁘고, 다른 섬(마르티니크) 출신이라서 the Jamaican ladies (자메이카 사교계의 여성, 즉 백인 여자들을 뜻함)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서술로 시작한다.  이런 문맥 안에서, 이웃이자 유일한 엄마의 친구 러트렐 씨의 다음과 같은, 소설의 첫 대화가 등장한다.  원문: Another day I heard her talking to Mr Luttrell, our neighbour and her only friend. " Of course they have their own misfortunes. Still waiting for this compensation the English promised when the Emancipation Act was passed. Some will wait for a long time." How could she know that Mr Luttrell would be the first who grew tired of waiting?  번역: (사진 참고)      대명사 they 는 서술자 가족을 소외시키고, 방문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자메이카의 백인들 이지 " 영국 사람들 "이

The Giver 기억 전달자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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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Giver> by Lois Lowry 번역서 1: <기억 전달자> 장은수 역 | 비룡소 (2007)  번역서 2: <기억 전달자> (그래픽 노블) 장은수 역 | 비룡소 (2020)  같은 번역가가 한 번은 소설로, 한 번은 그래픽 노블 형태로 동일 작품을 두 번 번역한, 아주 드물게 좋은 기회이나, 두 번째 작업에서도 오역을 많이 고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첫 번역의, 문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번역투"를 그래픽 노블에도 그대로 옮긴 번역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나, 이 디스토피아 사회에서 release 라는 단어는 사회에서 추방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완곡 어구로, 소설 배경에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를 부여한다. Release를 "임무 해제"라고 옮긴 것은 번역가의 권리이나, 갓난아기도 사회 기준에 맞추어 자라지 않을 때 release 되는 것을 감안하면 "임무 해제"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1.  원문: I feel frightened , too, for him .  번역: 난 그 사람이 무섭다고도 느꼈어.  (사진 참고)  문맥을 봐도, "한 번 더 규칙을 위반하면" "임무 해제될 수밖에" 없어서, feel freightened for him 그 사람 걱정이 되다, 그의 안전, 미래가 두렵다 는 내용인 것을 알 수 있다.   for someone 표현이 감정 표현과 함께 사용될 때, 대개는 국어로는 일대일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용을 파악해서 우리말로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I feel sorry for John. 은 존에게 미안하다는 뜻이 아니라, 존이 안되었다, 불쌍하다는  뜻이고,  I am happy/sad for Mary. 는 메리가 (어떤 식으로든) 잘 되어서/잘 안되어서 좋다/슬프다는 뜻을 전달하는 문장이다.  2. 문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번역.  원문: I r

반지의 제왕 1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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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서: <The Lord of the Rings> by J. R. R. Tolkien 번역: <반지의 제왕 1> 김번, 김보원, 이미애 공역 | 씨앗을뿌리는사람 (2002년) 1. 어떤 관용구를 찾을지 모른 경우.  원문: They fool about with boats on that big river[.]  번역: 큰 강에서 배를 타고 빈둥거리며 놀기도 한다더구먼 .  to fool about과 to fool about with는 뜻이 다르다.  to fool about/around 빈둥거리다  to fool about/around (with)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바람 피우다, 배우자, 연인이 아닌 사람과 불미스러운 관계를 갖다.  to fool about with는 ...를 갖고 (위태롭게) 놀다 라는 뜻.  따라서, 예문은 "배를 타고 빈둥거리며 놀기"도 했다는 뜻이 아니라, 배를 타고/갖고 놀았다는 뜻. 이어지는 문구에서 (사진 참고) and that is not natural 정상이 아니야 라고 부언하는 것을 볼 때, 배 타기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2.  원문: Small wonder that trouble came of it.  번역: 사고가 안 나는 게 이상할 정도라니깐.  이 문맥에서 small wonder 은 조금 이상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반대로 이상할 게 없다는 뜻.  따라서, 사고가 일어난 게 이상하지 않다 는 문장.  (이 대화 마지막에 드로고가 물이 빠져 죽은 사실이 언급됨.)  3.  be that as it may는 " 그렇다 치더라도 "라는 뜻이 아니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라는 뜻.  Very much like Mr. Bilbo, and in more than looks. " 빌보 씨와 다를 바 없어 . 외모만 그런 게 아니야"라는 국어 표현은 이상하다.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다른 점에서도 무척 많이 닮았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