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번역 살펴보기
원서: <The Wide Sargasso Sea> by Jean Rhys (진 리스)
번역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 윤정길 역 | 펭귄클래식코리아
문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오역이 상당히 많은 번역서. 또, 가끔 문장이나 문구를 아예 번역하지 않고 생략해서 온전한 번역이라고도 볼 수 없는 번역이다.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1833년에 영국이 이 대화에 언급되는 "the Emancipation Act" 노예 금지령(the Slavery Abolition Act of 1833)을 법으로 통과한 때이다.
1. 일인칭 서술자 "나"는 자메이카 섬에서 과부가 된 엄마와 병약한 동생과 함께 사는 여자 아이 앙트와네트이다. 이 소설은 엄마가 너무 예쁘고, 다른 섬(마르티니크) 출신이라서 the Jamaican ladies(자메이카 사교계의 여성, 즉 백인 여자들을 뜻함)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서술로 시작한다.
이런 문맥 안에서, 이웃이자 유일한 엄마의 친구 러트렐 씨의 다음과 같은, 소설의 첫 대화가 등장한다.
원문: Another day I heard her talking to Mr Luttrell, our neighbour and her only friend. "Of course they have their own misfortunes. Still waiting for this compensation the English promised when the Emancipation Act was passed. Some will wait for a long time."
How could she know that Mr Luttrell would be the first who grew tired of waiting?
번역: (사진 참고)
대명사 they는 서술자 가족을 소외시키고, 방문도 하지 않는 사람들, 즉 자메이카의 백인들이지 "영국 사람들"이 아니다. (*이 소설에서는 영국에서 새로 온 "영국 사람"과, 영국계일지라도 자메이카 식민지에서 오래 정착해서 살아온 사람은 "자메이카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영국 정부가 노예 금지령을 내리고, 노예를 해방하는 댓가로 식민지 농장주들에게 약속한 compensation 보상금을 still waiting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they 그들", 즉, 노예를 소유했던 자메이카 농장주들이다.
말하자면,
(그들이 앙트와네트 가족을 방문하지도 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영국 정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아직도 기다리는 불운을 "겪은 셈"이 아니라 겪고 있고, they 그들 중 some 일부는 (아마도)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는 문장이다.
이 대화 안에 "나는 아직 그것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문장은 없다.
러트렐 씨가 보상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 대화를 잇는 문장에서, 자살이라는 일종의 쇼킹한 형태로 소개된다.
2. 엉뚱한 번역.
원문: One calm evening he shot his dog, swam out to sea and was gone for always. No agent came from England to look after his property — Nelson's Rest it was called — and strangers from Spanish town rode up to gossip and discuss the tragedy.
"Live at Nelson's Rest? Not for love or money. An unlucky place."
번역: 어느 조용한 저녁, 러트렐 씨는 기르던 개를 총으로 쏴 죽이고, 먼 바다까지 헤엄쳐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영국에서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저택은 '넬슨스 레스트'라고 불렸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스패니시타운에서 말을 타고 와 러트렐 씨의 비극에 대해 입을 놀리곤 했다.
"여기서 살라구요? 돈을 준대도 싫어요. 러트렐 씨를 아무리 사랑한대도 못 할 일이지요. 재수 없는 곳이니까."
for love or money를 어떻게 번역하더라도, 적어도 평행성을 이루어야 한다. for money를 "돈을 준대도"라고 옮기면, for love은 사랑을 준대도, 혹은 사랑을 얻는대도 라고 해야지, 왜 느닷없이 자살한 "러트렐 씨를 아무리 사랑한대도"라는 말이 나오나?
to look after는 관리하다, 돌보다는 뜻이지 "처분하다"는 뜻은 아님.
3. 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오독과 오역.
원문:
번역:
원문 사진에 볼 수 있듯이, 엄마가 고드프리에게 "악마 같으니라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고드프리가 "The devil prince of this world" 이 세상은 악마가 군주이나, "but this world don't last so long for mortal man." 필멸의 인간에게 이 세상은 그리 긴 것은 아니다, 즉 인간이 이 악마의 세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다소 광신적인 말로 대꾸하는 것.
4. 대명사가 가리키는 것을 헷갈린 황당한 번역.
원문: But they would have nothing to do with her[.]
번역: 영어도 프랑스어도 그녀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대명사 they는 이 문단에서 크리스토핀과 대조/비교되는 자메이카 섬의 여인들이다. (사진 참고)
크리스토핀은 영어와 프랑스를 파투아만큼이나 잘 구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 써서 as they talked 그들처럼 말하려고 했다는 내용에 이어,
그럼에도 they would have nothing to do with her 그들은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다는 문장.
원문: Once I would have gone back quietly to watch her asleep on the blue sofa - once I made excuses to be near her when she brushed her hair[.]번역: 한번은 푸른색 소파 위에서 잠든 어머니를 보기 위해 방 안에 조용히 들어간 적도 있었고, 한번은 어머니가 머리를 빗고 있을 때 어머니 곁에 있으려고 핑계를 꾸며댄 적도 있었다.
원문: We boiled green bananas in an old iron pot and ate them with our fingers out of a calabash[.]번역: 우리는 낡은 쇠 냄비에 초록색 바나나를 삶아 냄비째 놓고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원문: I had longed for visitors once, but that was years ago.번역: 우리 집에도 손님이 오셨으면 하고 소망했었지만 그건 벌써 일 년 전 일이다.
원문: My mother walked over to the window. ("Marooned," said her straight narrow back, her carefully coiled hair. "Marooned.")번역: 엄마는 창가로 가셨다. ("낭패구나." 어머니의 등은 꼿꼿하고 좁았으며 동그랗게 똬리를 틀어 잘 빗어 올린 머리는 아름다웠다. "낭패야.")
원문: No more slavery! She had to laugh! "Those new ones have Letter of the law. Same thing. They got magistrate. They got fine. They got jail house and chain gang. They got tread machine to mash up people's feet. New ones worse than old ones - more cunning, that's all."번역: "노예제도가 사라졌다고? 웃기지 말라고 그래! 새로 온 사람들이 가져온 법조문을 보라지. 아주 똑같아. 집정관이 생겼고, 벌금제도라는 걸 만들었다구. 이젠 유치장도 세우고, 쇠사슬에 묶인 죄수도 생겼지. 발로 밟아 돌리는 죄수용 바퀴도 가져왔다니까. 새로 온 백인들은 전에 있던 백인들보다 더 나쁘고 더 간교해." 크리스토핀이 말했다.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