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래드 암흑의 핵심/어둠의 심연 번역 2종 살펴보기 - 2

출처: <어둠의 심연> #을유문화사 (#이석구 역)
출처: <암흑의 핵심> #민음사 (#이상옥 역)

이 작품의 핵심 이야기를 서술하는 말로가 어떻게 아프리카에 가게 되었는지, 배경을 설명하는 초반부.

어릴 때부터 지도를 보며 미지 세계 탐험의 꿈을 꾸었고, 그 이후 (어른이 되어) 많은 곳을 가봤지만 아직도 못 가본 아프리카에 매료되어 있었다고 하는 대목.

1. 하늘색 줄 친 부분:

lose myself in all the glories of exploration 탐험의 영광에 빠지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뜻으로,
a) 이상옥 번역 "그곳을 탐험한 모든 사람들의 영광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b) 이석구 번역 "탐험의 영광을 꿈꾸는 데 푹 빠져 있었지"가 정확한 번역.

2. 파란 줄 친 부분:

blank spaces on the earth는 "빈 공간"이란 표현보다 미지라든지 백지상태라는 게 좋지 않을까?
두 번역 모두 "지구 상... 빈 공간"으로 번역.

3. 연초록 줄 친 부분:

one that looked particularly inviting on a map (but they all look that) 은 지도를 보다가 특별히 끌리는/매력적인 곳이 눈에 띄면 - 하지만 안 그런 곳이 없지 라는 뜻으로,
a) 이상옥 번역은 "다 유혹적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유혹적인..."이라고 문구 순서를 바꾸어 약간 다른 뉘앙스가 되었고,
b) 이석구 번역은 훨씬 자연스러운 번역을 했음.

4. 분홍색 줄 친 부분:

The North Pole was one of these places, I remember. 이 문장에서 I remember는 강조되지 않는 부분. 그렇게 눈을 끈 곳 중 북극도 그 하나였지, 혹은... 였던 것이 기억나네 정도의 문장.
a) 이상옥 번역은 "지금 생각하면"이라고 문장을 시작해서 문장의 강조가 엉뚱한 내용에 떨어졌다.
b) 이석구 번역은 이 문장 역시 훨씬 자연스러운 번역을 했음.

5. 노란 줄 친 부분:

Well, I haven't been there yet, and shall not try now. 앞 문장들이 과거 서술이라면, 이 문장은 현재 서술로, 아직도 북극은 가보지 못했지만, 이젠 그럴 생각도 없다 정도의 뜻.
a) 이상옥 번역은 "그런데..."라고 시작해서 역시 원서에 없는 뉘앙스가 강조된 번역을 한 반면,
b) 이석구 번역은 이 문장 역시 정확한 목소리를 구사했음.

6. 회색 줄 친 부분:

(북국 이외) 가보고 싶은 여러 곳은 남반구, 북반구에 흩어져 있었고, 그중 여러 곳을 (지도를 보며 꿈꾸던 어린 시절 이후) 가보았지만 have been in some of them, 
But there was one yet - the biggest, the most blank, so to speak - that I had a hankering after. 아직도 가고 싶어 하는 곳이 하나 남아 있었다는 문장.

이 부분 역시 이상옥 번역보다 이석구 번역이 훨씬 정확하고 자연스럽다.

특히 the most blank를,
a) 이상옥 번역은 "가장 공허해 보이는 곳"이라고 약간 이상한 번역을 했고,
b) 이석구 번역은 여전히 "가장 비어있는 곳"이라고 모호한 번역.

blank는 아프리카가 "비어"있거나 "공허해 보이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유럽인 관점에서 아는 것이 없는 백지와 같은 것을 나타내므로, 더 적절한 국어 표현을 찾아야 할 것 같다.



7. 아래 사진의 줄 친 대목은 Golden Hind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배)가 보물을 잔뜩 실고 귀항한 뒤, 여왕의 방문을 받고, and thus pass out of the gigantic tale 거대한 이야기 (탐험/모험의 역사겠지요) 에서 물러났다/사라졌다는 내용. 언뜻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여왕의 방문한 뒤 그 배를 "은퇴"시켜 박물관으로 만든 역사 사실을 뜻함.

그 내용을 몰라도, and thus... 문구만으로도, "방문을 받은 뒤"라고 옮긴 이석구 번역이 맞고, "방문까지 받았지만 결국은"이라고 나름대로 원서 뉘앙스를 "고친" 이상옥 번역은 오역이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Golden_Hind

8. It had known the ships and the men 템즈강은 (영국 역사의) 배들과 (그 역사의, 그 배들의) men을 (모두) 알았었다*는  내용. (*대과거. 제가 국어 문법은 잘 모릅니다. )

men은 당연히 "선원들"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탐/모험가, 군인, 상인이 모두 배를 타고 이 강을 지나갔기 때문에
a) 단순히 "선원들"이라고 한 이상옥 번역은 분명한 오역이고,
b) "사나이들"이라고 한 이석구 번역은 men의 뜻을 우리말로 훌륭하게 전달한 번역입니다. 



#영미문학연구회 #좋은번역을찾아서 #영문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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