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번역 살펴보기
번역서: <<귀한 서점에 누추하신 분이: 세상 끝 서점을 찾는 일곱 유형의 사람들>> 이지민 역 | 책세상
원서: <<Seven Kinds of People You Find in Bookshops>> by Shaun Bythell
오역과 엉뚱한 주석, 원문에 없는 해석 문장이 눈에 띄는 번역서.
1. 원문: [This book] should surely seal my financial fate.
번역: 내 재정적 운명은 분명히 이 책에 달려 있으리라.
seal the fate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 즉 자기 손님들을 까는 내용의 이 책이 이미 보잘것없는 자신의 서점 비즈니스 재정 상태/운명마저도 끝내버릴 거라는 뜻의 문장이다.
2. 원문: quite apart from that of conventional buyer and salesman.
번역: 전통적인 구매자와 판매자의 역할과는 꽤 다른 양상이다.
quite apart from은 ... 이외에도, 더불어라는 뜻으로, 즉 (중고책 상인은) 전통적 구매자와 판매자의 역할 이외에도 "형사, 학자, 중개인, 심리학자 역술가 역할을 겸해야 한다는 내용. "꽤 다른" 양상이라는 뜻이 아니다.
3. 원문: If your knowledge of Latin is as woeful as mine, then you could be forgiven for assuming (as I did) that this refers to an unsavoury part of the nether regions.
번역: 당신이 나만큼이나 라틴어 지식이 짧다면, 내가 그랬듯이 페리투스라는 속 genus이 지옥 어딘가 고약한 곳을 가리킨다고 지레짐작해도 무리는 아니다.
옮긴이 주석: 라틴어로 '지하'를 가리키는 '테르티우스tertius'와 스펠링이 유사하다.
이 문장에서 ‘nether regions’는 '지하' 세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아랫부분'을 돌려서 말하는 표현으로, "unsavoury part" 역시 '불미스러운 부분/곳'을 뜻한다.
옮긴이 주석처럼 "지하를 가리키는 테르티우스tertius"와 스펠링이 유사해서 '페리투스peritus'를 지옥의 한 부분으로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니라, 페리투스라는 단어가 막연하게 치부의 한 부분 이름처럼 들린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이 있는 곳이 지옥일 수는 있다"라는 내용은 원서에는 없다.
4. 원문: [...] an unhealthy obsession with insects becomes entomology.
번역: 그들은 [...] 동물을 향한 불건전한 집착을 곤충학 entomology이라 말한다.
Insect는 동물이 아니라 곤충.
"unhealthy obsession"은 "불건전한" 집착이 아니라 정도가 심한 obsession.
5. 원문: It's as though they've dined out and eaten Will Self for main course followed by Jonathan Meades and Stephen Fry for dessert.
번역: 고오급 레스토랑에 가서 메인 코스로 윌 셀프를 먹고 디저트로 조나단 미즈와 스티븐 프라이를 먹는 셈이다.
옮긴이 주석: 셋은 각각 영국의 유명 작가, 영화 제작자, 미국의 방송인 이름이다. 미드(mead, 벌꿀주), 프라이(fry, 튀김) 등 음식과 관련된 단어와 발음이 같거나 유사하다.
이 문장에서 언급된 윌 셀프, 조나단 미즈, 스티븐 프라이가 모두 유명한 polymath박식가인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치 "전문가" 손님들은 이 세 사람을 '먹은 것' 같다, 즉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하는 것이지, 그들의 이름과는 무관하다.
6. 원문: They know fewer than five long words, but splash them around with wild abandon [...]
번역: 그들도 다섯 자 미만의 단어를 알지만 고작 '지적 우월함'이라는 쉽게 들통날 허식을 선보이고자 침을 튀겨가며 장황한 단어를 읊어댄다.
그들이 아는 긴 단어가 다섯 개도 안되지만, 이 몇 안 되는 긴 단어들을 여기저기 뿌려댄다, 즉 남발한다는 내용. "그들도 다섯 자 미만의 단어를 알지만" "침을 튀겨가며 장황한 단어"를 읊어댄다는 뜻이 아니다.
7. 원문: [The teacher] was also mercilessly pedantic about the word 'alternative', which he maintained had its root in the Latin word 'alter' meaning one of two. It was always a source of enormous pleasure in classes to suggest that there were two alternatives. Or possibly even more.
번역: 선생님은 '대안 alternative'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 단어가 '둘 중하나'를 뜻하는 라틴어 'alter'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대안이 두 가지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항상 수업 시간의 큰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대안은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었겠지만.
번역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 문장에서 '지나치게 현학적'인 것은 선생님 (태도)이지 '대안 alternative'라는 단어가 아니다. 선생님이‘alternative’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아주 pedantic했다는 내용.
pedantic은 많은 번역에서 "현학적"으로 옮겨진 것을 보았는데, '현학적'의 뜻을 찾아보면 pedantic이 갖고 있는뜻과 조금 다른 것 같다. 현란한 단어를 써가면서 유식하게 말하는 것을 현학적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영어 사용에서 pedantic하다는 것은 오래되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룰을 세세하게 들먹이는 것을 뜻하는 부정적 표현이다.
(우리 표현으로는 미주알고주알? 혹은 공자왈 맹자왈?)
즉, 선생님은 'alternative'라는 단어가 'one of two 둘 중 하나'라는 뜻의 라틴어 'alter'에서 유래했으므로 이 단어를 "two alternatives"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틀리다고 고집했고, 수업시간에 누군가가 "two alternatives", 혹은 둘보다 더 많은 대안alternatives을 제안하면 아주 재미있는 일 (선생님이 열을 올리는?)을 제공하였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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