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사프란 포어 내가 여기 있나이다 번역 살펴보기

원서: <Here I Am> by Jonathan Safran Foer
번역: <내가 여기 있나이다> 송은주 역 | 민음사

뻔한 걸 몇 개 골랐습니다.

1. in a hole for so many days his knees would never wholly unbend

책이 천장까지 쌓이고 주사위가 안 보일 정도로 두꺼운 카펫이 깔린 아파트에서 살던 유대인이 나치를 피해서 도망하는 과정에 걸치는 여러 배경 중에,

어느 구멍에서 너무 많은 날을 지냈기 때문에 무릎이 영원히 다 펴지지 않게 되었다는 문구입니다.

"매우 여러 날 동안 무릎을 절대로 다 펴지 못할 구덩이 속에서"

국어만으로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문장입니다. never = 절대로 식의 엉성한 번역은 다른 번역서에서도 꽤 많이 보았지만, 새로 번역을 시작하는 신참이면 모를까, 중견 번역가가 이런 허술한 오역을 하는 건 이해가 안 돼요.

2. 시제 문제.

under the floorboards of a Christian who, half a world and three-quarters of a century away, would have a tree planted to commemorate his righteousness;

(도망 중에 한 번은) 나중에 (3/4 세기가 지나고 지구 반 바퀴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정의로움(즉, 이 유대인을 나치로부터 숨긴 사실)을 기리기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심을 기독교인의 마룻바닥 아래에도 숨었었다는 문장입니다.

"...자신의 의로움을 기리기 위해 나무를 심었을 한 기독교인..."

would have planted라고 무조건 국어 동사를 과거형으로 하면 문장 서술의 시점이 뭔지 헷갈리는 이상한 번역이 됩니다. 영어의 동사 시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물론 국어 동사 시제도 그렇겠지요.) 무조건 과거니 과거 완료니 외우지만 말고, 문장 서술의 시점, 이벤트의 시점 등을 우선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3. German horticulturalists had pruned Isaac's family tree all the way back to the Galician soil.

(나치의 유대인을 대학살 과정을 원예 메타포를 사용)
독일 원예사들은 아이작의 family tree (족보, 가계도)를 갈리치아 땅/바닥으로까지 prune 가지치기(즉, 갈리치아에서 이주한 이후 퍼져나간 이 가계 후손을 모두 죽였다는 뜻)했다는 뜻입니다.

"독일인 원예사들이 갈리치아 땅으로 돌아가는 내내 아이작의 가족을 가지치기했다."

4. until the sidewalk bore the impression of their path

"마침내 그 인도가 그들의 길이라는 인상이 박혔다." 🙄
impression은 "인상"뿐 아니라, 말그대로 (들어간) 흔적, 자국 등의 뜻이 있고,
bore the impression은 (그들이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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