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니것 제5도실장 번역 살펴보기

원서: <<Slaughterhouse-Five>> by Kurt Vonnegut
번역: <<제5도실장>> 정영목 역 | 문학동네


이번 지적은 딱히 오역보다 다른 번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어색한 번역을 몇 가지 예로 트집 잡아보았다.

 1. 이 소설은, All this 이 모든 일은 more or less*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어쨌든(특히) 전쟁에 관한 부분은 pretty much true 거의 사실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전쟁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사실"인 것과 전쟁 이야기 부분은 "거의 사실"인 것은 다른 것 같다.


2. 혹시 요즘 한국에서는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느냐?"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이상해서 지적한다.
우선 영어 표현 working on은 요즘 하는 프로젝트는 뭐냐?라고 물을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이 문맥처럼 상대가 글 쓰는 사람일 경우에는 (요즘) 뭘 쓰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3.doing quite well은 "아주 잘 살고"라기보다는 꽤 잘 산다는 뉘앙스로, 정도 차이이나, 영어 단어 quite가 잘못 번역된 것을 여러 번 보아서 지적한다.  


4. 얼핏 보면 "적혀 있었다"는 국어 문장이 약간 이상할 뿐, 오역이 아닌 것 같으나, 어쨌든, 원서는 벽지 뒷면에 쓴 story outline 소설 얼개가 내가 쓴 가장 훌륭한, 아니 적어도 제일 예쁜 것이라는  내용이다. 
참고로, 책은 스릴과 서스펜스와 "멋진" 대사를 팔아먹는 거겠지, "훌륭한" 대사를 팔아먹는다는 건 이상하다. 단어 wonderful은 자주 어색하게 번역되는 단어 중 하나이다. 

5. 역시 다른 번역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형상이라서 지적한다. 영한사전 정의를 그대로 베낀듯한 번역이다. 
예문에서 rabid를 "광견병에 걸린 듯한"이라고 옮겼는데, 물론 그런 뜻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딱히 그런 뜻으로 사용하지 않고, 뭐든지 (사람이든 뭐든) 너무 극심한 것, 광적인 걸 rabid라고 형용한다.  

6. "So it goes"는 이 소설에서 106번이 반복된다. (참고: 위키피디아 <제5도살장> 정보) 말하자면, 이 소설, 혹은 적어도 소설 주인공의 (미쳤든 아니든) 정신 상태, 혹은 철학을 정리해주는 말이다. 

"So it goes."는, 죽은 사람에게서 보석을 훔친 것이 "뭐 그런 거지"라는 뜻뿐만 아니라,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도/일어난 후에도 세상은 그렇게, 앞으로 계속 돌아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드레스덴의 지하실에서 죽은 사람들에게서, 뭐 그런 거지, 챙긴 것이었다."라는 번역은 무척 어색하기도 하거니와, 문맥을 전혀 전달하지 못하는 번역이다.   



7. 아래 예문에서 listing은 리스트 전체 (즉 전화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전화부에 올라 있는 각 아이템을 뜻한다. 말하자면 그런 이름은 전화부에 없다는 말이다. "명부" 자체가 없는 것과 다른 뜻이다. 

8. "whatever the last year was for the New York World's Fair"는 (몇 년이었는지 화자 기억에 없지만) 뉴욕 세계박람회가 열렸던 마지막 해였던 해*라는 뜻이다.   

* 뉴욕 박람회는 세 차례 있었음. 1853~54, 1939~40, 1964~65. (출처: 위키피디아 뉴욕 박람회 자료)


#커트보니것 #제5도실장 #정영목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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