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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ing posts from September, 2020

애니타 브루크너의 허물 벗는 여자 번역 살펴보기

원서: <Fraud> by Anita Brookner (애니타 브루크너)  번역서: <허물 벗는 여자> 윤희기 역 | 고려원  1. 번역: 이래 봬도 내가 스무 해 동안 명예직이긴 해도 판사 를 지낸 몸이라우.  원문: I was a magistrate for twenty years.  이 소설의 배경 영국에는 우리가 보통 judge라고 아는 판사 이외에, 영국 시대 소설을 읽은 독자에게 매우 익숙한 치안판사 magistrate가 있다. 예전에는 주로 동네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집안의 사람이 이 직위를 겸했고 (예를 들어 제인 오스틴의 <에마>에서 나중에 에마와 결혼하는 Mr. Knightley 나이틀리 씨는 그 지역의 magistrate으로써, 변호사인 동생 존에게 법에 관해 물어본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제는 여러 과정을 거쳐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뽑고, 이들은 직업 법관이 아니나 실지 재판을 preside over 하고, 판결도 내린다.  따라서 치안판사직을 20년 간 맡았다는 말을 "명예직이긴 해도 판사"라고 한 것은 틀린 번역이다.  2. 번역: "메이그레트 경위님! 그래, 무슨 일이신가요?" "버터워스라고 부르세요, 할머니." 원문: "Inspector Maigret! Well, well. What can I do for you?"  "Butterworth, Madam."  경찰이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나온 할머니가 농담으로 프랑스 작가 Simenon 시므농의 추리소설 주인공 메그레 경감이라고 부르자, 경찰이 "버터워스입니다." 하고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장면.  메그레 시리즈는 영국에서도 무척 인기가 있고, 1990년 대에 (우리에게는 덤블도어 역으로 유명한) 마이클 갬본 주연으로, 또 2016-7년에 유명한 코미디 배우 로언 앳킨슨 주연으로 tv 드라마도 나왔다.   영국에서도 프랑스 발음으로 메그레라...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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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Big Sleep> by Raymond Chadler 레이먼드 챈들러  번역서: <빅 슬립> 박현주 역 | 북하우스 1.  원문: I didn't care who knew it. 번역: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큰 건을 따러 백만장자의 집에 오면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말로가 "볼 테면 보라지" 식으로, 말 그대로 누가 알아도 상관하지 않는다, 즉 세상 사람이 다 알아도 괜찮다 는 말. 예를 들어,  사랑에 홀딱 빠진 사람이 남들이 흉을 보건 말건 상관없다는 뜻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말. I don't care who knows it! 2.  원문: [H]e had...the general look of a man it would pay to get along with . 번역:  사이좋게 지내려면 꽤나 힘이 들 것 같은 남자의 전형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이좋게/잘 지내는 게 좋을, 즉 맘에 안 들면 괴로울/힘들 것 같은 남자라는 뜻. it would pay to (do something)은 ...하는 게 좋을/이로울 거라는 표현. 3. not too ... 표현 원문: Her face [...] didn't look too healthy . 번역: 여자의 얼굴[은] 지나치게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딱히 건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는 뜻. 예문) not too good 딱히 좋지 않다, 즉 나쁘다. not too pretty 딱히 예쁘지 않다, 즉 못 생겼다. 4. 사람을 형용하는 표현들. 사람 피부가 smooth하다고 하는 건 " 부드럽다 "는 뜻보다 주름이 없는 상태를 뜻하고, dry hair 는 (wet 젖은 상태 반대를 뜻하는 dry가 아닌 머릿결 hair texture을 말할 때는) " 빳빳한 " 머리카락보다는 생기 없이 건조한(?),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뜻함. 5.  원문: I felt automatically for...

헬렌 오이예미의 이카루스 소녀 번역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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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The Icarus Girl> by Helen Oyeyemi 번역: <이카루스 소녀> 박상은 역 | 문학동네 영국인 아빠와 나이지리아인 엄마를 가진 여덟 살짜리 제서미(제스)는 친구도 없고, 벽장에 숨어 한나절을 보내거나, 일주일 내내 하이쿠 시를 짓다가 병이 나기도 하는 여자아이이다.   1.  원문: I am in the cupboard.  번역: 저, 벽장 안에 있어요 .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벽장 안에 있는 제스가,  나는 벽장 안에 있다 , 라고  혼자/스스로에게 하는 말 .  잠에서 깰 때 " 내 이름은 제서미, 나는 여덟 살이다"라고 혼자 하는 말과 비슷하다 는 데 왜 문맥을 무시하고, 마치 엄마에게 속삭이듯 " 저, 벽장 안에 있어요 ."라고 오독할까?   2.   원문: She felt that she needed to be saying this, so that it would be real .  번역: 그렇게 말해야 지금 이 상황이 현실로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나는 벽장 안에 있다", 이렇게 말해야 그것, 즉 벽장 안에 있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다 는 내용.  현실과 상상의 벽이 분명하지 않은 아이의 스토리이므로 현실로 느끼는 것과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 는 이 소설에서 중요하다.  3.  원서: If she reminded herself that she was in the cupboard, she would know exactly where she was[.]  번역: 만약 벽장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면 그녀는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았을 것이다.  벽장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상기시키면 , 자기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 거라 는 내용으로, 말하자면,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한유주 번역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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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Advice to Writers: A Compendium of Quotes, Anecdotes, and Writerly Wisdom from a Dazzling Array of Literary Lights>> Compiled and Edited by Jon Winokur 번역서: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 작가들의 작가에게 듣는 글쓰기 아포리즘> 한유주 역 | 다른 *** 번역서에 저자로 기록된 줄리언 반스, 커트 보니것 등의 작가들이 쓰거나 말한 짧은 경구를 모은 것이지 그들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므로, 그들을 이 책의 "저"자로 기술한 것은 독자를 속이는 행위이다. *** (이 작가/번역가는 주로 "작가"를 위한 책 번역을 전문으로 하시는 것 같음.) 1.  원문: "I've always had a feeling it's dangerous to be friends with a writer... you can end up talking away your books ."  번역: "나는 늘 작가와 친구가 된다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왔다. 자신이 쓴 책 이야기만 하다가 대화가 끝나버릴 수 있어서다 ." 책 얘기만 하다가 대화가 끝나버릴 수 있어서 작가와의 우정이 위험한 게 아니라, (책을 쓰는 대신이든 무엇이든) 책 내용을 모두 말해버릴 수가 있어서 위험하다는 뜻이다. 2.  원문: "A writer's love for another writer is never quite free of malice."  번역: " 다른 작가를 좋아하는 작가는 악의의 표적이 되기 쉽다. " 작가가 다른 작가를 좋아하는 감정에는 어느 정도의 악의는 늘 있기 마련이다는 내용. 즉, 작가는 다른 작가를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다는 말. 3.  원문: "It has j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