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Epigraph 제언 번역 살펴보기
원서 : <<Brave New World>> by Aldous Huxley ( 올더스 헉슬리 ) 번역서 : << 멋진 신세계 >> 안정효 역 | 소담출판사 ( 개정판 )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은 다음과 같은 epigraph 제언으로 시작한다. 헉슬리의 소설은 영어로 쓰였으나, 제언은 영어 번역 없이 프랑스어로 쓰였다. (제언의 저자는 러시아인이나, 그 사실은 논외의 문제이다.) 제언의 내용은 대충, 유토피아 실현이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고, 어쩌면 새로운 시대, 즉 지성인과 교양인 계층이 유토피아를 피하는 길, 덜 완벽하고 좀 더 자유로운 사회로 돌아가길 원하는/꿈꾸는 시대가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완벽"한 유토피아는 우리가 피하고 싶은 미래이고, 우리는 오히려 덜 "완벽"한, 그러므로 더 자유로운, 유토피아가 아닌 세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시대를 예기하는 내용이다. 왜 국어 번역은 반대로 "' 완벽'하면서 무척 자유로운 비이상향적인 사회"로 되돌아가길 모색한다고 했을까? 프랑스어로 쓰인 다른 부분을 번역했으므로 번역가가 moins parfaite 뜻을 몰라서 만든 오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번역가가 보기에 "덜 완벽하고 더 자유로운 사회"라는 개념이 논리에 맞지 않아서 임의로 수정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번역가가 원서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한 예를 벌써 여러 번 보았다. 아주 근본적인 심각한 현상인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원서의 내용을 번역가 맘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원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원서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뒤 번역가의 각주를 달아서 수정 내용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읽는 독자가 나름대로 원서의 내용과 번역가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원한다면 보충 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 왜 번역가의 오류가 한국 독자 전체의 오류가 되어야 하는가?